“억울해하던 남편 모습 눈에 선해···남편 결백 증명할 것”

ai주식/주식ai : 고 양회동 지대장 아내 김선희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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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너무 적다’ 장난스레 투정하면

“더 받을 방법 있지만 그렇게 살지 않아”

“나는 떳떳하다” 목소리 높이던 남편

“남편은 공갈이란 죄명 수치스럽게 여겨

유서에 쓴 ‘정당한 노동활동’ 증명할 것”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제3지대장이 노동절인 지난해 5월1일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아내 김선희씨와 어렵게 얻은 쌍둥이 중학생 자녀를 남겨두고 세상을 등졌다. 김씨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집밖에서 들리는 차 후진 경고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편이 귀가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남편이 평소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던 자식들을 두고 떠난 이유를 스스로 묻고 또 물었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양 지대장 분신 사망 후 약 1년이 흐른 지난 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남편이 유서에서 말한 ‘정당한 노동활동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10월이었다. 양 지대장은 3년차 건설노조 간부였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동공갈이었다.

월급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장난스레 투정하면 “더 받을 방법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던 남편이었다. 김씨가 정말로 받은 것이 없느냐고 묻자 양씨는 “나는 떳떳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씨는 평소 집에서 수사에 대해 별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이 잘 버티는 줄로 믿었다.

지난해 5월1일은 양 지대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가 예정된 날이었다. 그는 오전 5시쯤 일어나 평소처럼 자는 아이들을 안아줬다. 곧바로 나가지 않고 김씨와 포옹했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김씨는 의아했다. 오전 9시쯤 아이들이 양씨에게 “아빠 믿어.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는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답장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전화를 걸자 “김밥 먹었다”고 짧게 답하고 끊었다.

그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양 지대장은 강릉지방법원 춘천지법 앞에서 분신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죠. 자식을 남겨두고 왜 그런 고통스러운 방법을 택했을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나 싶었죠. 이해할 수 없었어요.” 김씨는 남편의 죽음을 아이들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만 했다. 아이들도 아빠의 죽음을 굳이 캐묻지 않았다. 김씨는 “다 알고 있겠지만 서로 말 꺼내기를 주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억측과 혐오 표현이 난무했다. 김씨는 남편과 관련된 기사는 하나도 보지 않았다. 남편 방은 그대로 남겨뒀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상대하다 목청이 높아질 때 ‘이제는 남편이 없다’는 실감이 났다. 김씨는 “남편은 늘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었다”며 “아이들과 사이가 서먹해질 때면 ‘내가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주지 못하는 걸까’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1년이 흐른 지금 김씨와 쌍둥이 자녀는 느리지만 조금씩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들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딸은 춤을 잘 춰요.” 김씨가 옅게 웃었다. 지난해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로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말을 많이 하지 않던 딸도 말수가 늘었다. 김씨는 “얼마 전 딸한테 ‘역시 양회동 딸이네’라고 했더니 딸이 씩 웃는 것을 보고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부터는 기자회견이 열리면 손팻말과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시작했다. 남편이 떳떳하게 노조 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김씨는 “남편은 공갈·협박이라는 죄명을 수치스럽게 여겼다”며 “자식들에게 남편이 정당하게 활동해온 노동자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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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제3지대장의 형 양회선씨에게 지난 100일은 숨 가쁜 시간이었다.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지난 6월21일 동생의 노동시민사회장이 엄수되고…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816213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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